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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무더운 여름밤에 써보는 글

· 약 18분
yuncoffee
주인장(owner)

무더운 여름날 오랜만에 써봅니다.

아카데미 시작 후 일 년하고 반이 지난 후에

마지막으로 글을 쓴게 언제였더라

글을 쓴지 오래되었다. 가장 최근에 작성했던 공부한 내용을 작성한 글도 5개월 정도 되었다. 특히 블로그 형식의 글을 작성하는 건 아카데미 시작 때 작성했던 글 이후로 일 년 반만이다. 그 동안 뭘했길래, 손 놓고 있었을까? 그러다 갑자기 글을 쓰는건 왜일까?

먼저, 글을 쓰는 이유부터 말하자면, 사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저 날이 더워서? 방에 에어컨이 안나와서? 답답하던 차에 블로그나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들어 이렇게 쓰고 있다. 해야될 것도 많지만 집중도 안되고.. 휴가 내는 기분으로 이렇게 쓰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글을 어떻게 썼는지 낯설기도 하다. 글 쓰는게 왜 낯서냐할 수 있는데, 현재 나는 도큐사우루스 라는 서비스를 활용해 블로그를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vscode로 mdx 문서를 작성해서 글을 쓰고 있다. 왜 그렇게 쓰냐고 불편하게 느껴질 수 도 있지만 의외로 글 쓰기 편하다. 여러 커스텀이 굉장히 용이하고, 내 블로그에 특화된 여러 태그들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걸 어떻게 썼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는 거.. 지금도 쓰면서 이전에 썼던 글들을 다시 보며 기억을 되새기고 있다. 나중에는 mdx 에디터를 추가해봐야겠다.

그렇다면 그간 뭘 했길래 블로그는 멈춰있었던걸까? 사실.. 많은 일이 있었다. 블로그가 가만히 있어도 시간은 움직이고, 내 삶 역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런만큼 여유도 없었다. 지금은 그래도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쓰다보니 9월이 되었다.

시간이 참 빠르다. 내일 마저 써야지 하고 덮어놓고 보니, 어느 덧 9월이 되었다. 무더운 열대야도 끝이났고, 아침이 되면 찬 바람도 부는걸 보니 가을이 오는 것이 느껴진다.

작년 이맘 때 쯤 한창 매크로를 준비하느냐고 바빴던 것 같은데,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활동이 끝난지도 벌써 일년 가까이 되었다.

채용게시판 보는 구직자들
취업난, 글로만 써서는 절대로 느낄 수 없는

일 년 동안 열심히 공부했던 Swift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iOS 개발로 직종변경에 도전했는데, 결론적으로 잘 안되었다. 취업 시장이 어려운 것도 분명 이유였지만, 수 백여개의 서류탈락과 몇 안되는 코딩 테스트와 면접 경험을 통해 느낀점은 현재 내 수준은 시장의 요구치에 미달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24년 1분기 동안 짧다면 짧은 취업 준비 기간을 가졌는데, 이 기간이 더 이상 길어지게 둘 수는 없었다. 아쉽지만, 개발자로 취업하는 것은 포기했다.

그렇게 4월 부터 다시 UI/UX 디자인 포지션으로 취업을 준비? 했고, 그동안 개발 공부한 시간이 허무할 정도로, 순식간에 취업(이직)에 성공했다.

허탈한 마음이 앞서긴 했지만, 그래도 요즘 같은 시기에 일을 한다는 점에 위안을 얻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긴 했다. 그나마 내가 짧긴 하더라도 경력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주변, 특히 신입으로 지원하는 사람들을 봤을 때, 정말.. 시장이 이렇게까지 안 좋은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취업들이 안되었기 때문이다.

함께 프로젝트를 했던 재능 있는 친구들이 취업되지 않는 것들을 보고 있다보면 참.. 어려운 세상이라 느낀다.

물론 그 와중에 취업하는 친구들도 당연히 있다. 하지만 그간 봐 왔던 짧은 경험으로는 개개인의 취업의 성공과 실패가 개개인의 큰 역량 차이에서 왔다고 느끼지는 못했다.

애플 아카데미를 하며, 이렇게 재능있고 뛰어난 친구들을 만난 건 정말 큰 행운인 것 같다. 작년 일 년 동안의 삶이 나에게 정말 큰 영향을 주었다. 뛰어난 친구들을 만나 자극도 많이 받았고, 프로젝트에 진심인 사람들이 모여 있어 더 많은 노력을 쏟게 만들고, 즐겁게 무언가를 만들어 나갈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었다.

앞으로 내 삶에 이런 사람들이 가득 차 있는 세상 속에 살아갈 날들이 얼마나 더 있을까? 여운이 많이 남는다.

다시 디자인으로, 익숙하던 그렇지만 다른 환경으로

그렇게 다시 5월 부터 디자인 업으로 돌아왔다. 디자인으로 돌아오고 다시 Figma를 잡고보니, 본격적으로 개발을 공부하고 난 이후 많은게 달라졌음을 느꼈다.

가장 크게 달라졌음을 느낀 것은, 디자인적 사고가, 개발 중심으로 많이 변하게 된 것이다. 디자인적인 완성도나 심미성보다 효율성과 개발 목적에 더 많은 이유를 찾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디자이너로서 퇴화되었다 라고 느꼈다.

'왜 해야하지?' 라는 의문이 앞서게 되고, 이 이유를 찾아 고민하고, 그 목적에 어떻게 부합하게 할까? 어떻게 하면 두번 안하게 할까? 하는 고민들이 끊이지 않게 되었고, 어떻게 보면 그냥 하면 되는 것들을 쓸데없이 복잡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디자인에 회의감이 들었다.

디자인에 든 회의감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그냥 쉽게 요청한데로 하면 정말 쉬운게 디자인 아닌가? 필요로 하는 것을 필요하게 만드는 것. 그것을 프로덕트로 디자인하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내 관심사는 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하는가였다. 그 중에서 특히 효율적인 프로덕트 개발환경을 만드는 것이었다. 이것이 더 좋은 프로덕트를 만들어가는 방법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협업하는 것이고, 더 좋은 디자인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일은 사람들과 대화하고 설득하는 것이다. 솔직히 UI/UX 디자인을 하며 이게 가장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대화와 설득은 단순히 말만 잘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과 사람 간의 신뢰가 있어야 하고, 일과 사람간에 이해가 있어야 한다. 솔직히 말해서 이직 후 이것이 잘 안되었던 것 같다.

비효율이 보였고, 이전에 경험에서 너무나도 당연하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았던 것을 보고 있으니, 답답했다. 더 좋은 방법으로 더 나은 프로덕트를 만들고 싶었다. 이직한 곳에서도 나에게 원하는 바 역시 그러했다. '디자인 경험을 토대로 자사의 프로덕트를 개선하는 것' 그러나, 이는 단순히 디자인 산출물을 만들어내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그 순간에는 잘 몰랐던 것 같다.

이직한 곳에는 그 동안 UI/UX 디자이너가 없었다고 한다. 광고 운영을 중심으로 하던 프로모션 디자이너가 전반적인 디자인을 작업했고, 클라이언트는 실질적으로 개발 중심적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당연히 문제가 많았다. 디자인 문서화는 고사하고, 프로덕트가 어떻게 구성되어있는지 조차 서로 몰랐다.

그럼에도, 그 프로덕트는 사용자들이 사용하고 있었고, 돈을 벌고 있었다.


나는 2년 동안 프로덕트를 만들었지만, 그 프로덕트로 정부사업 말고 돈을 번적이 없다. 지금도 그 프로덕트는 좋은 아이디어로 출발한 프로덕트라고 생각한다. 돈을 못 번 이유를 들자면 너무나도 많겠지만, 그런걸 떠나서, 2년 동안 열심히 인터뷰, 리서치를 통해 UX 산출물을 만들어 정리하고, 효율적인 디자인 생산과 개발을 위해 디자인 시스템을 바닥부터 구축했지만 돈 한푼 못 버는 프로덕트를 생산한 내가 부끄러웠던 것 같다.

단순히 디자인을 열심히해서, 괜찮은 화면과 유저 플로우를 구성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렇지 않다. 그렇다면 왜 UI/UX 디자이너를 채용할까)

이직 후 알게 된 것

돈 한푼 못 버는 프로덕트를 만든 디자이너가 봤을 때 디자인을 개선할 포인트가 산더미 같았다. 가만히 지켜볼 수 없었고, 관련 내용들을 정리해서 보고하고 이렇게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 때야 비로소 내가 다른 환경에 놓여졌다고 자각할 수 있었다. 당연하게 해야 될 것들에 다른 사람들은 이유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꽤나 많은 이유가 필요했다. 가장 큰 이유는 서로가 몰랐기 때문인 것 같다.

나는 이전에 해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더 좋은 프로덕트를 만들기 위해 해야할 일을 제시했지만, 그걸 듣는 사람들에게는 기존의 환경을 바꿔야한다는 주장이었고, 이것이 어떤 효과를 주는지 경험한 적도 없었다. 기존 프로덕트를 정리하고 개선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시작된 일이었지만 주어진 촉박한 시간에도 불구하고 바꾸는 시간보다 이것이 필요한 이유를 준비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쓰고 있었다. 새로운 도메인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을 포함해서 말이다.

만약 내가 새로 들어 온 사람이 아니었다면, 서로의 신뢰가 쌓여있었더라면 불필요한 커뮤니케이션 비용이 줄어들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입사하자마자 증명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고, 결과적으로 이는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지는 못했던 것 같다. 짧았던 이직 생활은 나에게 큰 교훈을 줬다.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왜 짧냐면.. 그렇게 아무런 변화도 실행하지 못하고 있던 중 뒤늦게 연락 온 회사로 옮겨 지금까지 다니고 있기 때문이다.

3주가 채 되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교훈을 얻었다. 그래서 지금은 서두르지 않고 있다. 조급한 마음이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최대한 이곳의 문화에 먼저 녹아들 수 있도록 노력중이다. 다행히 함께 하는 분들은 친절하고 나이스하다. 나도 그분들에게 그러길 바랄 뿐이다.

새로운 환경, 낯선 곳에서 익숙한 눈으로 바라보면, 익숙치 않은 불편함이 먼저 보인다. 항상 좋은 점만이 가득한 곳은 없다. 의문을 갖되 최대한 적응하려 노력이 먼저 필요한 것 같다.

회사생활
신난다 직장인

여기 온지도 벌써 3개월이 되었다. 아직까지는 특별히 인상적인 작업은 없다. 지금까지는 그저 이어져 온 이력을 따라갈 뿐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일하며 살아가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미리 걱정만 하고 있기 보다는 지금 필요한, 해야할 일들을 하며 신뢰를 쌓아나가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