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2022년을 마무리 하며
2022년의 끝자락에 회고
굉장히 오랜만에 작성하는 블로그 글인 것 같습니다.
불과 한 두달 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그 중 가장 큰 일은 2년 이상 일하던 회사가 전 직장이 된 일이 아닐까 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의 정리도 필요하고 연말이기도 하고 퇴사도 기념(?)하며 2022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합니다.
2022년 올 해는 어떤 일들을 했나

더 나은 제품을 위한 고민
2022년 1월. 본격적인 개발이 시작된지 반 년정도가 흘렀을 때입니다.
MVP가 개발되었고, 앞으로 이것을 어떻게 더 고도화할지 고민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제품을 위한 디자인 시스템 개발 이었습니다.
디자인 시스템에 대한 고민과 경험은 따로 작성해보겠습니다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수 없이 많은 변화 끝에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 가이드가 아닌 제품에 적용해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위한 디자인 시스템의 가장 기초적인 영역을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올 한 해의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목표 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조악하지만 더 나은 제품과 디자인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수 없이 고민한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제품에 적용하여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갈 수 있는 디자인 시스템을 만들기까지 2022년 올 한해를 다 쓴 것 같습니다.
퇴사를 하여 일 년 가까이 만들어 낸 디자인 시스템을 내가 더 이상 사용할 수는 없지만, 남아 있는 동료들이 제품 개발에 즐겁게 활용하고, 더 나은, 더 견고한 디자인 시스템으로 개선해나가길 기대합니다.
내 역할을 무엇인가?
퇴사를 결정하게 된 이유는 다양하지만, 그 중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역할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스타트업 혹은 작은 규모의 회사를 경험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가질 고민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너무나도 넓은 범위의 역할을 수행을 해야되기 때문입니다.
이 점은 매우 큰 양날의 검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느꼈던 생각을 공유해보겠습니다.
- 많은 것을 해볼 수 있습니다.
- 깊이 있게 파고 들어가기 어렵습니다.
- 항상 부족합니다. (특히 시간)
- 어디까지 해야하는지 기준을 잡기가 어렵습니다.
- 다양한 역할 중 내가 더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됩니다.
첫 직장 경험이지만 스스로가 가장 만족한 점은 다양한 역할 중 내가 더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되었다는 점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는 스스로 디자이너라는 정체성을 갖고 일을 했습니다. 그렇기에 여러 생각을 했습니다.
디자인은 굉장히 넓은 표현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디자인이라는 말은 앞에 무엇이 오든 붙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디자인의 역할을 그 앞의 무엇에 따라 굉장히 많이 달라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중 주로 제가 수행한 디자인은 UI/UX 디자인입니다. IT직군에서의 UI/UX 디자인은 서비스의 기획(비지니스)과 개발(제품)을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합니다.
다리는 그저 공중에 떠 있지 않습니다. 양 끝의 땅에 맞닿아 있습니다. 그렇기에 제가 수행한 디자인은 일부는 기획의 영역에 있기도 하고, 일부는 개발의 영역에 있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양 끝에 닿아 있다하여 다리가 아닌 땅이라고 생각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났다는 것 입니다.
디자인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던 것을 누군가는 기획으로 보기도하고, 누군가는 개발로 보기도 했습니다.
나는 분명 스스로 디자이너라 생각하고 디자인을 한다고 생각했지만 누군가는 기획을 한다, 개발을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결론을 내린 현재는 크게 의미 있지는 않지만, 저 고민이 절정이었을 때는 정말 생각이 많았습니다.
내가 하고 있는 것은 디자인이 아닌가? 내가 하는 것은 디자인인가? 앞으로의 커리어는 어떻게 쌓아가야할까?
나는 디자이너인가? 나는 디자인을 정말 좋아하나? 내가 하는 것은 디자인 중 일부인데, 앞으로 내가 전문가가 될 수 있나?
스스로 질문을 해결할 수 없는 고민은 운이 좋게도 쉽게 해결되었습니다. (힘들었으니까 쉽지는 않은걸로 할래요)
내가 싫어하고 할 수 없는 것
제안서를 쓰게 되었습니다. 지금 개발중인 제품에 대한 제안서를 멘토링하는 프로그램이 있었고 이에 제안서가 필요했습니다.
사전에 작성된 제안서가 있었고, 이를 수정해서 작성해야 했습니다.
시기는 최악이었습니다. 오픈까지 한 달도 채 안남은 기한에, 웹 사이트 리뉴얼까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제안서를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미친듯이 까였죠. 대학생들이 작성했던 제안서를 보여주면서 말입니다.
공감합니다. 부족했습니다. 멘토님의 말해주신 내용에 틀린 말 없었습니다.
정말 크게 부족했던 것은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저의 역량이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고 관심있는 것은 디자인을 위한 기획이라는 점을 확실히 알게 되었습니다.
그 앞의 비지니스가 엮여있는 그런 실질적인 기획을 저는 할 수 없었습니다.
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내가 주도할 수도 없고, 주도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이 제품의 방향성을 결정할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제안서라 불리는 무언가를 작성해야만 했습니다.
한달 반 동안의 말도 안되는 헛소리로 가득한 실제 만들어나가고 있는 제품과는 전혀 동떨어진
제안서가 만들어져 갔습니다. 결말도 최악이었습니다. 흐지부지 끝났습니다.
그 와중의 행사 참여, 기능 개선 등도 함께한 것은 당연했습니다.
더 나은 제품을 위해 필요한 일들이었으니까요.
최악의 경험이었습니다. 더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에 무의미한 시간을 쏟은 경험.
그리고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납득되지도 않는 상황에서의 무력한 경험.
그리고 알게되었습니다.
나는 기획과는 맞지 않다는 것을 말입니다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
내가 무엇을 꺼리는 지 알게되니, 오히려 더 편해졌습니다.
이전부터 내가 할 수 있는, 좋아하는 일을 하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정말 길었던 제안서 작성의 시간이 지나고, 다시 디자인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행사를 통해 공개적으로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성공이라 할 수 없었지만, 그래도 가능성을 본 행사경험은 매우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디자인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제안서를 쓸 때와 달리 즐겁게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계속 디자인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할정도로 말이죠.
디자인을 앞으로 계속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이 들었습니다.
스스로의 강 · 약점을 생각했습니다.
솔직히 스스로 그래픽 역량이 약하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이너가 그래픽 역량이 것은 매우 큰 약점입니다.
이 약점을 극복할 만한 강점이 있어야 앞으로 즐겁게 일을하며 살아갈 수 있겠죠.
스스로가 생각한 강점은 제품개발을 이해하려 노력한다는 점입니다.
저는 무언가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제품이 디자인만 있다면 반쪽짜리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만들어진 제품이 온전한 디자인 결과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최대한 실제 제품에 가까운 디자인을 하고, 이에 필요한 내용에 대해 고민합니다.
실제 제품에 가까워진다해서 당장에 구현할 수 있는 것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디지털 제품 디자인에 있어 한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시간과 비용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한 고려 없이는 아무리 좋은 디자인이라도 사용자에게 도달하지 못합니다.
저는 사용자에게 제품(서비스)가 도달해야 디자인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프론트 개발자들과 함께 코드로 UI를 작성했습니다.
시각적인 설계는 디자이너에게 맡기고 프론트 개발자들은 기능 및 로직에만 초점을 맞출 수 있게 하는게 더 나은 제품을 위한 방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과정은 프론트 환경에 대해 조금이라도 더 알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특히 올 한해 디자인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면서 코드와 밀접한 디자인을 많이 하게 되었는데 정말 즐거웠습니다.
제가 생각한 것이 정답은 아닐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품 개발적인, 효율적인 측면에서 분명히 장점이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사람들이 말하듯 디자이너가 코드를 알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제 경험에서 코드를 알게되면 정말 효율적이게 됩니다.
직접 실제 제품과 가까운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되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대화하는게 즐거워집니다.
결론과 앞으로의 계획
2022년을 뒤돌아보니 올해는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더 잘 알게된 것 같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더 많이하고자 퇴사를 결심했고, 이제 다음을 준비할 일들이 남은 것 같습니다.
2023년에는 3월 시작을 목표로 이전까지의 작업물을 정리하고 앞으로 필요한 학습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 동안 소홀히 했던 블로그도 작성하고 말이죠 😎
급여없이 버틸 날들과 불분명한 내일이 두렵긴하지만.. 그래도 노력해야겠습니다.
2022년 모두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